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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Review/20C Film Review

박하사탕 (Peppermint Candy, 1999)

by Eunbyeol_Eby 2018. 5. 6.

현대사에게 모든 원죄를 돌리지 말라

박하사탕 (Peppermint Candy, 1999)

 

 

My Rate : ★★*** (2.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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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6 CGV 신촌아트레온 아트하우스 (4K 리마스터링)

 

 일요일 오전, 비오던 한가로운 아침. 이른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아버지와 함께 영화관을 방문했다. 어벤져스의 점령으로 선택지가 줄었던 탓에 고를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지만, 나름 매니아층이 있는 유명한 영화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기대와 함께 보러 들어갔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 선택은 조금은 잘못된 것이었다.

 영화는 1999년 봄, 20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주인공 영호의 절규로 시작한다. 기차를 이용한 영화의 시퀀스는 굉장히 매력이 있다. 기차의 역행과 인생의 되돌림 모두 본디 불가능한 것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마지막 소망을 들어주는 듯이 그의 인생을 따라 거슬러오른다. 굴곡진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변곡점이라는 주인공의 변명이 가득한 인생을 되짚는다.

 좋아하던 사람과의 야유회에서의 한때를 시작으로, 주인공 김영호는 다양한 선택의 길에 선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군인이었던 그에게 어쩔 수 없던 사회가 강요한 선택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의 실수는, 김영호의 잘못이다. 민간인을 실수로 죽이고, 그의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공단에서의 생활을 그만두고, 경찰이 되어 공단의 노조원들을 고문한다. 1984년 그의 선택이 과연 군인이었던 동안 겪은 그의 경험 때문만인가? 경찰 생활을 하며 수많은 박종철 열사와 같은 청년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하고, 지독하게 괴롭혔던 그의 삶이 과연 단순히 사회가 그와 같은 괴물을 만들었다고만 할 수 있는가? 경찰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 본인 또한 불륜을 저지르는 주제에 부인의 불륜 현장을 덮쳐 부인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괴물이 과연 진짜 사회가 만든 괴물인가? 사업이 흔들릴 때 사채를 쓰고 돈에 쪼들리게 되고, 이혼과 파산의 길에 이르른 마지막에는 결국 총을 구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 중 한 명을 죽이고 자살할 것이라는 마지막 발악이 과연 사회의 문제로만 돌릴 수 있는가? 나의 생각엔 전혀 그렇지 않다.

 현대사는 잘못된 손들을 거치며 수많은 오해와 잘못, 호도된 진실로 더럽혀졌다.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과거의 잔재가 한 사람의 실패의 온전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 속에서 본인이 선택한 잘못된 결론을 사죄하고 후회하는 수많은 이들과 모든 잘못을 과거사에 돌리는 김영호 같은 이는 완전히 반대의 길에 선 사람들이다. 본인이 선택한 방향으로 무자비하게 달린 본인 인생의 기차를 가로막는다고 해서, 기차가 멈출 수는 없다. 선택은 끝났고, 기차는 끝까지 달리고 있다. 현실의 인생 기차는 20년 전의 내가 눈물을 흘린다 해도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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