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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Diary/Daily Life

20210212 대학원생의 Clubhouse 이용기

by Eunbyeol_Eby 2021. 2. 13.

 2월 7일에 처음 가입을 하고 딱 5일째. 한국에서 엄청나게 유행을 이끌고 있는 클럽하우스 어플을, 동생이 초대해주어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몇몇 유명인이 팝업해서는 이야기를 한다는 소식에 흥미가 끌려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 것들을 느끼게 되어 이용기를 써보고자 한다.

 아마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늘어난 그 시점에 나 또한 초대를 받게 되었다. 친동생이 '언니 이거 알아?'라고 하면서 해보고 싶으면 초대장을 보내준다고 해서, 일단 구글링을 해보았더니 이런저런 기사들이 떴다. Elon Musk가 어느 방에 나타나 누군가와 엄청난 설전을 했다더라, 같은 기사는 동생에게 초대장을 요청하기에 충분한 관심도를 채워주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일단 동생과의 1:1 맞팔로우 수준으로는 다양성 있는 방이 뜨지 않았다. 아직은 친구들이 많이 하지 않는 상황이기도 했고. 처음에는 '대나무숲' 같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컨텐츠에 들어가 라디오처럼 듣고, 나도 할만한 이야기가 있는 주제가 나오면 참여하기도 하며 하나둘 Follower를 늘려갔다. 그렇게 이리저리 다른 방들을 구경하며, 1차적으로 내린 내 '클럽하우스' 사용법은 '요즈음 나누지 못했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반익명성에 기대어 풀어보내기' 정도였다. 유학생에게 이 1차적 정의도 충분히 통하던 것은, 아직 유학연차가 짧고(2년차), 친구를 충분히 사귀지 못한 상태에서 판데믹의 시작으로 모든 소통의 경로가 바늘 구멍이 되었고, 기존의 친구들과 물리적 거리/시간이 맞지 않아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는 이유들이 존재해서였다. 많은 유학생들이 요즈음 겪고있는 감정들을 해소하기에 라디오에 내 사연을 써서 보내는 것보다 녹음/아카이빙이 되지 않는 어플에서 조금은 가볍게, 떠들고 대화 속에 흘려보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더 쉽게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생겼었다.

 그렇게 1차적인 이유에만 국한되려던 찰나, 두번째 이유가 급격히 부상했다. 유학생들이 함께하는 오픈 카톡이 있는데, 그 방이 클럽하우스를 시작하면서 몇번 들어갔더니 Follower 목록에 나와 같은 Grad student 혹은 Researcher들이 자리하게 되면서 조금 더 연구자들이 관심있을 만한 방들이 뜨기 시작했다.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 연구자들은 교류할 곳을 거의 모두 잃었고, 컨퍼런스는 커녕 co-work도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사실 미국에 오면서 제일 꿈에 부풀었던 것 중의 하나는 미국 여러 대도시에서 열릴 주요 학회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그런 소망이었는데, 무참히 무너졌던 것이다. Virtual Conference도 있고 몇몇 과학자들은 Weekly Session을 열어가며 온라인으로라도 소통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 모든 채널을 다 알 수도 없다보니 아주 한정적으로 두어가지에 겨우겨우 편승하며 이런 연구도 있고, 저런 연구자도 있구나 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그런데 웬걸? Follower의 많은 이가 대학원생으로 채워지고 나니, 대학원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채널들이 하나하나 뜨기 시작했다. 특히, 과학계(꼭 과학계가 아니더라도 연구하는) 여성들의 입장으로 나누는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듣고 나누게 되었을 때 이 두번째 이유가 확고해졌다. 2차적으로 내린 내 '클럽하우스' 이용법은, 전세계에 흩어진 연구자들 (특히 여성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것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twitter를 네트워크의 한 방법으로 많이들 쓴다. 논문을 링크해서 트윗하고, 그 트윗을 서로 읽고 리트윗을 눌러주고 좋은 연구에 대해서는 칭찬하고, 협업하기 괜찮아 보이면 더 긴밀한 소통을 시도하고. 내 지도교수님 또한 그러한 장점을 얘기하며 트위터를 해보라는 추천을 해주셨다. 예전에 다른 이유들로 트위터를 열심히 하다가 지쳐나가떨어진 터라 일단은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조금은 다른 맥락에서 트위터 이외에 과학자의 네트워크가 클럽하우스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목소리' 기반으로 사진, 영상, 링크 공유가 되지 않다보니 과학자 커뮤니티로 트위터를 완전 대체하기엔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연구자로서 학계에서 혹은 업계에서 일하는 실무자들, 나와 같은 학도들을 만나 요즈음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개개인으로 이 현장의 장단점과 어떻게 극복하고 꿈을 실현해 나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버텨내는 데에 도움을 정말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대학원생으로써 느끼는 어려움들이 많을 때 부유하며 이런저런 이야기와 정보를 얻기 좋은 곳인 것 같다. 라디오를 듣듯이 listener로 들을 수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손을 들어 speaker가 되고. 아직 moderator는 제대로 해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가 생기면 이 주제로 말을 하고/조직하고 싶어진다면 moderator가 될 수도 있겠다. 

 이래저래 즐거운 일이 가득한 한 주다. 기운 뿜뿜해서 열심히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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