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보다 한국 방송들을 더 열심히 챙겨보는 요즘이다. 주로 집에서 생활하면서, 외국 생활의 이점은 아쉽게 챙기지 못하고 있지만, 공허한 방을 채우는 예능의 소음은 생각보다 마음에 안정을 준다. 최근에 보기 시작한 '신박한 정리'는 힐링 예능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정돈을 선물하며, 이 과정은 그 사람에게 생각보다도 더 큰 선물이 되어 돌아온다. 꽤나 마음에 들어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최근 에피소드에서 나온 연예인의 집을 보다가, 유난히 다시 집이 그리워지게 되었다.
집 근처에 그 연예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생겨서 가끔 마주치기도 했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셔봤던 나는 왜인지 모를 내적 친분을 느껴 반가운 마음으로 그 에피소드를 보았다. 그런데 웬걸, 그 연예인의 집이 서울 본가와 너무나도 똑같이 생긴게 아닌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구나 하는 신기한 마음에, 서울 본가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집 구조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에서 멈춰가며, 여긴 내 방과 같니, 여긴 네 방과 같아 보인다느니, 라고 말하며 보는데 한 곳에서 동생과 의견 차이가 생겼다. 동생은 그 방은 우리방과 똑같이 생기지 않았으니 다른 동인 것 같다고, 나는 그 방조차 우리집과 똑같이 생겼으니 최소한 같은 동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결국 몇개의 레퍼런스 캡쳐가 더 오간 다음에야 동생도 나의 의견에 수긍하며, 집에 사는 나보다 언니가 낫다고 말해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난 1년간 집이 너무나도 그리웠고, 그리웠던 만큼 내 기억속의 우리 집을 수도 없이 되새김질 했기 때문이었다.
이틀 전, 3개월 가량 살았던 전 아파트에 대해 큰 금액의 청소 비용을 청구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나는 분명히 그 자리에서 비용이 청구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었고(받았다고 생각했고), 그 것만을 믿고 확답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남기지 않았었다. not negotiable이라고 했지만 마지막까지 내가 할 말들을 어필했고,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아 오늘 결국 그 청소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3일에 걸쳐 이 과정을 지내면서, 너무나 스트레스가 컸다. 안락한 나의 집을 떠나, 불편한 렌탈 아파트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겪는 이런 돌부리는, 사실은 인생 전체를 놓고보면 200불짜리의 값싼 인생 경험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미래를 보는 눈이 부족한 나에게는, 여전히 커다란 돌덩이로 느껴지고, 가끔은 포기해버릴까-하는 심각한 고민에까지 빠져들게 하는 늪과 같은 경험이다.
집은 언제나 그 곳에 있다. 나는 내 마음 속의 내 안락한 집을, 언제나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돌아가는 그 날까지도 나는 도착하기 전에는 그리워하겠지. 결국 고난을 겪더라도 나는 내 안식처를 그리며 버텨낼 것이다. 유난히 집이 그리운 오늘 같은 날, 그래도 다시 한번 다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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