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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Diary/Daily Life

20201129 집으로 가는 길

by Eunbyeol_Eby 2020. 12. 8.

 1만 km가 넘는 길을 날아, 집으로 향하고 있다. 드디어 설레는 귀국길에서, 이 글을 쓴다. Home, Sweet Home.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고단한 올해에 대한 보상이 이토록 설렐 수가 없다.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휴가를 썼다. 교수에게 물어보기 전까지 너무나 긴장을 했다. 한국에서 2주, 돌아와서는 미국에서 2주 자가격리 기간을 쓰게 되면 휴가를 길게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나 스스로도 휴가 허락을 못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위안이 너무도 필요했다. Pre-lim까지 한국에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교수가 허락을 해주었고, 11월 한달은 한국에 돌아간다는설렘이 의지가 되어 잘 버텨낼 수 있었다.

 2020년은 모두의 인생에 있어서 남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해일 테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스스로가 가장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렇다. 학생이라는 본분이 주변의 다른 일들과 충돌할 때, 나는 쉽게 공부를 버리고 일을 택했다. 하지만 약 5년 후의 나는 분명히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로 평가받는 사람일텐데, 수도 없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된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많은 것이 뒤틀려 있었고, 알아챈 순간부터 참 많이 포기하고 싶었다. 포기하기 전에 분명히 나를 다잡고 싶었다. 이번 한국행처럼 어려운 발걸음도 없지만, 돌아오는 발걸음도 그 이상으로 무거울 것이다. 처음으로, 한국 땅을, 기약 있게 머물러 보는 이 생경한 경험은 또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남을지도 궁금하다.

 코로나 시대는 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모두의 일상을 망가뜨렸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즐거움 등을 모두 박탈함으로써 우울의 시대를 도래하게 만든 것만 같다. 여행을 그리 좋아하던 내가, 아이오와의 작은 도시 하나에만 1년 반 가량을 머물게 된 것 자체가 충격이다. 가끔 주말에는 비행기를 타고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그런 점을 중부에 살면 아낄 몇 안되는 이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상마저 특별하지 않은 곳에서 건빵 속 별사탕 같은 경험조차 없으니, 인생의 우울이 다시 찾아왔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을까? 희망은 있을 것이다. 언젠간 백신이 찾아올 것이고, 언젠간 여행의 자유도 다시 되찾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 때까지 심지 굳게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만 남는다. 버텨낸다면, 이 또한 추억으로 남을 테지만, 버텨내지 못한다면 고통스러운 회상이 되겠지. 과거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만 점철될 순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행복함으로만 기억하고 싶은 나로서는 견뎌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다시 돌아갈 그날까지, 기분 좋게 이 휴가를 즐기련다. 돌아가면, 다시 힘든 일상이 시작되겠지만, 이 휴가의 기억이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 휴가의 기억이 일상을 도와줄 버팀목이 되겠지. 잘 다녀오겠습니다.

 

 

*2020.11.29 ORD to ICN 비행기 안에서 쓴 글입니다.

*2020.12.07 글 수정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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