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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Diary/Daily Life

20201111 모든 것이 꿈같이 느껴지는 순간들

by Eunbyeol_Eby 2020. 11. 12.

 가끔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 주변과 현실을 자각하며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지는 와중에 모든 것이 꿈만 같이 느껴지는 기분. 요즘 그래도 한두 개 집중할 만한 좋은 일들이 있어, 그에 집중하다보면 가끔 경험하는 일이다. 특히, 영어를 한창 쓰다가 순간, 한국어로 사고하게 되면 그 돌아오는 순간이 꿈처럼 느껴지곤 한다.

 정말 어렸을 때는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한두 번 영어성적을 좋지 않게 받은 이후에는 '나는 영어를 못해'라고 학습해버린 탓인지, 영어가 너무나 두려웠다. 꿈이 정해진 이후에는 영어는 필수불가결한 공부 요소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겨우 그 때의 고비만 넘기고 나서는 한참 미뤄두었다. 특히 대학 입학을 하고, 맘먹으면 충분히 더 공부할 여유와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말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미래의 내가 어떤 고생을 했을지 알았다고 해도,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막상 유학을 준비하며 제대로 영어 성적들을 마련해야했을 때, 미리 준비하지 않은 고생을 톡톡히 했다. 영어로 여러 번 평가를 받아왔는데, 그 때 조금 더 진심으로, 두려움을 내려놓고 공부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수능 준비 때 한개라도 더, 졸업 요건 영어 성적을 제출할 때 미리, 유학 시 필요한 영어 성적들 중 미리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고 응시할걸, 등등 후회를 하기 좋은 순간들이 넘친다. 영어에 관해서는, 흐린 눈으로 나 스스로에게 관대했던 탓이다.

 막상 모든 곳에서 영어만이 통하는 세상에 들어와, 영어에만 온전히 의존해야하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보였다. 그렇게 타이트하게 굴 필요는 없지만 관대할 필요도 없었다는 걸. 이제는 굉장히 영어를 쓰는게 자유로워졌고, 부담이 적어졌다. 이메일을 쓰는 것도,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이제는 조금 더 쉽다.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노출이 길어진 상태에서 언어에 적응하게 되면 사고 체계도 업데이트된다는 것도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오늘 그 중의 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쓰는 이메일인데, 순간, 나는 정말 영어로 사고를 하고 있었나보다. 한국어로 사고하려는 순간, 모든 것이 꿈결같이 느껴지는 그 순간을 경험했다. 몰입이 깨지는 순간이었지만 사실 약간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영어만큼, 유학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나를 괴롭힌 것이 없었고, 여기 와서 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은 나 자신 때문에 달갑지 않은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받았다. 이래저래 손해도 보았고. 그런데, 잠깐씩이나마 영어로 사고해서 문장을 만들 정도로 영어를 쓰는 데에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이 드니, 얼마나 내 스스로가 대견한지 원. 요즘처럼 성취감을 느끼기 힘든 시기에, 충분히 만족도가 높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절대 완벽할 수는 없다. 완벽주의를 버리고, 오히려 진실한 나를 마주해서 그저 노력으로 돌파하는 게 답은 답이었구나 느낀다. 주어진 기회 안에서 최소한 열심히 하고자 노력한 것들이 보상을 받았었던 경험들이 쌓이면, 우리는 삶에 자신감을 얻는다. 나에게는 여러 차례의 영어를 공부할 기회의 제의가 있었고, 그 것들을 수락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임했으며, 그리고 그 외의 경험에서도 노력했다. 그 경험이 쌓여서 오늘의 나를 만드는 만큼, 만족감도 쌓였다. 후회 없이 살자. 삐끗해도 노력하면 방향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잠시 돌아서면, 꿈꾸던 곳에 도달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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