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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Review/Ph.D abroad

[Ph.D abroad-05] 추천인 정하기 (+추천서 초안 팁까지)

by Eunbyeol_Eby 2020. 11. 8.

 요즘 동문 카페에 자주 드나들며,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님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러저런 답변이나 간단한 글을 써드리고 있다. 최근 개인적으로 연락하며 도와주는 후배 뿐만 아니라 카페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길래 일단 내가 아는 것들만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최근에 글을 쓴 내용을 재편집+추가해서 올려보고자 한다. 카페에 올린 글은 추천서 초안에 관련한 것이었지만, 추천인을 정하는 항목부터 커버해서 써보려고 한다.

 일단, 추천인을 고르는 것은 정말 엄청나게 중요하다. 특히나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유학 준비생은 국내에서 학사 또는 석사까지 마치고 박사 유학을 위해 준비하시는 분들일 텐데, 우리는 흔히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한국 교수들이 쓴 추천서는 어차피 효력도 없다며? 별로 믿지도 않는다는데, 추천서 그 분에게 받을 필요가 있을까? 이 말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한국 교수의 추천서가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추천인이 '미국' 학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추천서의 효력이 약간 떨어지는 경우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케이스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은 절대 추천서에 대한 약점이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수만명이 될 한 분야의 과학자들을 굳이 다 알겠는가...? 세부 전공만 조금 나뉘어도 누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수 없는 마당인데, 추천인을 반드시 알아야만 추천서를 수락한다? 한 학교, 한 학과에 수백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3장의 추천서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대략 1, 2천 통 가량의 추천서를 받을 것인데, 이들이 과연 모든 추천인을 네임 밸류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개인의 평판도를 모두 고려하는 시스템도 없는데, 누가 무슨 기준으로 그런 걸 할 수 있겠는가. 한해에도 수 명의 유학생이 박사 유학에 성공한다. 이들이 모두 빅가이에게 추천서를 받았을리는 만무한 점을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이 가설은 절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추천서는 미국 사회에서 이상하리만치, 엄청난 효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좋은 추천서는 학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고, 확정을 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추천서를 어떤 의미로 신뢰하는지는 사실 유학을 오고 나서야 깨달은 측면이 크다. 대학원이고 학부고, 교수들은 학생들을 정말로 '기억'한다. 생각 외로 약간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유롭게 질문과 대화가 오간다. 학생에 대해서 교수가 알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들은 추천서를 정말로 신뢰한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부에서 2020년 어드미션으로 좋은 대학원에 진학한 한국인 학생의 케이스를 보면서 깨달았다. 학생이 특히 대학원 진학의 목적을 갖고 실험실에서 연구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 교수들은 그 학생에 대해서 더 인지하고 도움을 주며 대학원에 합격하는 그 순간까지 많은 도움을 준다. 추천서는 학생과 교수가 나눈 그 대화, 수업, 연구 모든 것에서 싹트는 성질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관계에서 좋은 추천서가 나올 수 밖에 없고, 좋은 추천서는 학생의 합불합을 결정할 때 위원회에 주로 같은 교수의 입장에서 받는 학생에 대한 피드백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때도 있다.

 한국에서 사실 그렇게 기대하기 쉽지 않은 형태의 좋은 추천서다. 유학 간다고 얘기하는 걸 싫어하는 지도교수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거나 하는 사례도 있는 마당에, 초안을 가져다 주지 않으면 추천서를 안써주겠다고 뻐팅기는데 그 와중에 추천서가 좋은 게 나올리가 없으며, 수업 이외 특별한 활동을 학생들이 잘 하지 않아서 좋은 추천서를 기대할만한 교수가 없기도 하다. 대다수 조용히 수업만 잘 들어서 학점이 좋은 한국 학생들이 은근히 유학 원서에서 좋은 퍼포먼스가 안나올 때가 나는 이런 때가 아닐까 한다. 추천서가, 유의미하지 않아서 학생의 CV와 SOP만으로는 의구심이 남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확정을 짓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추천인을 찾아야만 한다. 목표가 유학인데, 최소 조건 추천인 3명은 물심양면으로 찾아서 도전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추천인을 찾아 헤맬 때, 도움이 될만한 평가 사항들을 정리해보았다.

 

1.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지도교수 추천서는 반드시, 제일, 좋은 방향이어야만 한다.

 지도교수 추천서가 없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국 학부는 연구논문이 필수가 아닌 경우가 왕왕 있어서 이름뿐인 지도교수가 있어서 뭐 졸업 직전까지 한두번밖에 마주치지 않는 경우도 조금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석사를 한국에서 해서 인증받을 틀을 하나씩 짜는 것도 나쁘지 않다.

2. 연구 경험이 많다면, 연구를 같이 한 교수/박사이상 연구원 등에게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

 자연/공학 계열이라면 학부 때 연구인턴을 하거나 연구실에서 일하며 지도 교수 이외에 코워크를 하는 교수님이 생긴다거나 연구 fellow들과 교류하는 경험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자신이 열과 성을 다해 열심히 한 과제가 있고, 이를 칭찬받은 경험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박사 학위 이상의 연구원들은 추천인으로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에, 교수 이외에도 연구 기관의 연구원 분들이 있다면 추천서를 부탁해보라.

3. 연구 경험이 없어요! 그렇다면 과제부터 발표까지, 영혼까지 끌어모아 열심히 만들어내고 최상의 결과를 받았던 수업을 찾아라. 

 연구 관련한 지금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고 유학까지 떠나 더 공부하고자 하는 그 전공에서, 최상의 결과를 받은 수업이 정말 한두개 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수업을 들었던 교수는 학생을 조금이나마 더 기억해서 좋은 추천서를 써줄 확률이 높다. 물리적인 기록이 남은 과제나 발표는 좋은 글감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가장 중심이 되는 3가지 사항을 정리해보았다. 문제는 저렇게 합당할 듯한 추천인을 골라 부탁을 드린 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추천서 초안을 직접 써서 가져오라고 하시는 분들이 생긴다. 보통 3번에 해당하는, 수업만 들어서 학생을 정확히 떠올리지 못하시는 경우의 교수님들이 학생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하거나, 혹은 영어가 부담스러우시다고 직접 초안을 써서 가져오라는 말씀을 하신다. 가끔 막장으로 치달으면 1번에 해당하는 지도교수님까지도, 추천서를 써오라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요즘은 워낙 해외파/국내파 가릴 것 없이 다들 영어는 너무 잘 해서 좀 덜한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본이야기로 돌아가서, 추천서 초안을 부탁받으면 결국 내 손으로 나를 추천하는 추천서를 써보긴 써야한다. 문제는, 우리는 자신을 겸손하게 포장하는 것이 미덕인 문화권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정말, 너무나 쑥쓰러움을 무릅쓰고 뭔가를 쓰긴 써내야 한다. 대체 어떻게 써야할지, 아주 약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A. 모든 것은 교수의 시점으로 써야 한다.

 흔히 실수하는 것들이 내 강점을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머지, 시점을 엉망으로 만드는 점이다. 약간의 실수는 초안을 수정하는 교수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초안을 쓰실 때 교수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B. CV/SOP의 나열은 지양해야

 추천서는 이 학생의 장점을 강조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SOP 내용 그대로, CV 내용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추천인이 이 사람을 잘 안다고 해서, 그 학생의 경력과 꿈을 줄줄 읊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이 주는 general information 이외에 이 학생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말해줄 사람이 바로 추천인이다. 학생이 목표하는 연구 분야도 추천인이 커버할 부분이 아니다. 추천인은 학생이 대학원 진학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히 말해줄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천인을 고를 때 정말 잘 골라야 한다. 그냥 쉬운 수업이어서 A+을 가볍게 따낸 교수님을 추천인으로 삼는 것보다, 학점은 약간 불만족스러웠을지라도 칭찬받았던 좋은 과제가 있었다면 그것을 평가해주시는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받는 것이 차라리 낫다.

C. TMI를 조심하라

학생 자신에 대해서 교수인 것처럼 쓰다보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이다. 학생 본인만 기억할 정보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가볍게 예를 들자면, 이 학생이 수업시간에 매번 발표를 했고 그 내용이 매우 정확하고 깊이 있는 지적이었다...이런 느낌의 것들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가 기록된 형태의 PPT로 남아있어서 교수님께 같이 보내 기억을 하실수 있게 하는 것이거나, 기록으로 남아있을 과제 등은 좋은 바탕이 되지만, 그 이외의 급격한 주관적 요소, 학생만 알 수 있는 요소는 피해야만 한다.

 추천인을 고르는 작업은 내가 학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탐구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석사를 마치고 원래는 바로 유학을 가려고 했었다. 2년 간 실험실 내에서만 연구를 하다보니 특별히 추천서를 부탁드릴만한 교수님이 몇분 안계셨고, 그래서 의미있는 추천서를 받기 힘들어 보였다. 결과적으로는 석사후 연구원 생활을 약 1년 안되게 하면서 타 실험실과 교류하며 어느 정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을 때 즈음에 연구 교류를 한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부탁드리게 되면서 좋은 결과를 받아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타래글을 쓰러 들어올 때마다 힘든 유학 생활의 고삐끈을 다시 한번 잡아쥐는 좋은 계기가 되는 듯 하다. 꼭 이 시리즈를 잘 마무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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