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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Review/Ph.D abroad

[Ph.D abroad-03] 영어 성적 만들기 (GRE 편)

by Eunbyeol_Eby 2020. 5. 22.

 TOEFL부터가 이미 나의 발목을 잡는 존재였으니, GRE는 말해 무엇하랴. GRE를 공부하던 시기는 유학 준비 기간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공부했고, 마지막까지 좌절했으며, 내 기준의 커트라인을 넘기는 순간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시기이다.

  2017년 겨울, 일단 GRE가 어떤 시험인지 알아보겠다고 무작정 응시를 했었다. TOEFL과 GRE를 동시에 준비했다는 몇몇 후기들을 읽고 나도 가능할지 테스트 차원에서 본 시험인데,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뜯어말리고 싶다. GRE는 시험 기회가 1년에 5번 뿐이다. (첫번째 응시한 날짜와 5번째 응시한 날짜의 간격이 1년). 1회를 이런 식으로 낭비한 것은 혹여나 마지막 시험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나에게 정말 크나큰 타격을 주었을 것이다.

 GRE는 차원이 다르게 어려웠고, 정말 지문들을 제대로 읽어내리지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첫 세트를 보고 나서 문제가 급격하게 쉬워진 다음 세트를 보며, 아, 나 망했구나 싶었고 심지어 그 쉬워진 세트들을 풀면서도 헷갈리는 나를 보며 이 것은 반드시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겠구나 싶었다.

 2018년 5월 말, 교수님의 배려로 계속 근무하던 실험실 생활을 마치고 6월부터 곧장 학원을 등록했다. 마무리해야할 실험들이 남아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이나 두번 정도 출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5일반을 신청하지 못하고 주3일 월수금 학원을 다녔다.

 학원은 강남의 파*다 학원을 다녔고, 학원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많은 양의 실전 문제들, 수많은 양의 단어를 일별로 외울 수 있게 나눠준 단어집, 그리고 라이팅의 첨삭 기회 등등 많은 것들이 좋았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수업 시간에 놓쳤거나, 시간에 쫓겨 설명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때에는 해석을 녹음하셔서 파일로 전달해 주시기까지 했던 강사님의 노고에 정말 많은 감사를 보낸다.

 학원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일단 대부분의 학원들은 2개월 완성으로 수업을 꾸민다. 크게 TC/SE 와 RC로 나뉘는 Verbal 영역을 중심으로, 두 달에 걸쳐 각 파트를 한달간 집중 공부하게 된다. GRE 강사마다 많은 자료를 어떻게 편집하여 학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하는지가 다르기 때문에, 일단 자기에게 맞을 것 같은 수업을 고르는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닭장같이 수많은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해*스는 처음부터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다. 거만어라는 자료가 굉장히 탐나긴 했지만, 단어집은 어느 강사나 제공을 하고 그저 편집의 정도가 다를 것이라 생각해서 고려에서 빠진 것도 있다. 거만어 자료를 실제로 제대로 본적이 없기 때문에 나의 정보는 편향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밝힌다.

 약간 애매한 계절, 애매한 시간대에 수업을 듣게 되어 굉장히 소수의 인원과 함께 GRE를 듣게 되었고 (10명 이내) 그 덕분에 조금 더 집중적으로 재설명을 요청하거나 단어를 물어보기 좋은 환경이었다. 무엇보다도 강사님이 정말 너무너무 친절하셔서, 수업 때가 아니더라도, 심지어 2개월 수업을 마치고 나서도 연락을 받아주셨다. (실제로 연락을 해서 물어보라고 하셨다).

 처음 GRE 수업 수강을 시작하면서, 목표했던 타임라인은 1개월차 수강 - 1차 시험 - 2개월차 수강 - 2차 시험에 끝내는 것이었지만, 영어의 기초가 정말 부족했던 나는...2차 시험까지도 목표 점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정말 스트레스가 컸고, 3차로 시험을 등록해두고 1달간의 공부기간을 가지면서 그 당시 정말 미친듯이, 공부했다.

수업 자료의 복습과 함께 내가 가장 열심히 한 것은 단어 외우기다. 정말 기초가 부족했던 나는 처음 토플 공부를 시작할 때에도 정말 어설프게 기억나는 단어로만 수업을 들으며 따라가기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 때에도 그렇게 열심히 단어를 외우지는 않았다. GRE 시험은 SE/TC 문제들이 모두 단어 중심적이다. 독해는 문맥 이해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간혹 있다고 해도, SE/TC는 선택지의 단어들을 알지 못하면 찍기 조차 불가능해진다. 독해는 단기간에 올리지 못하겠다면, TC/SE에 올인해야한다 싶어서 수업 때 제공되었던 단어집과 매일매일 추가로 주셨던 단어, 그리고 강사님이 따로 단톡방을 만들어서 올려주는 데일리 단어들까지 정말 매일매일 단어를 모두 외우고 난 뒤 문제들 복습을 시작했다. 마침 집 근처에 새로 생겼던 스터디 카페에서 거의 매일을 보냈다.

 단어를 외울 때 Quizlet을 이용했다. 단어와 뜻 조합(대표 뜻 위주, 가끔 특이한 뜻까지 같이)을 미리 파일로 만들고 업로드하여 세트를 생성했다. 세트별로 단어가 거의 150개, 혹은 그 이상 있었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 100개의 카드가 외운 것으로 표시되도록 외웠다. 일주일에 4-5번은 반드시 단어를 외웠다. 그렇게 외우고 나니, 정말로 TC/SE 단어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공부할 맛이 났던 것도 같다.

 영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은 맞기도 하면서 틀리기도 한 것 같다. 결국 정직하게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이 제시한 공부방법을 자기에게 맞는 어떤 방법으로든 따라하기만 하면,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특히 GRE Verbal은 어려운 단어의 암기력 테스트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소위 말하는 후기도 통하지만, 정직하게 외우는 단어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나의 전공은 이공계열이었기 때문에 Writing의 점수는 그렇게 중요하진 않았다. 영어식 글쓰기는 정말 젬병인 나에게, TOEFL도 GRE도 모두 평범 혹은 약간 평범 이하의 점수를 받은 나로써는...할말이 없다. 중요한 것은 원하는 근거를 들고자 한다면 그 근거는 매우 정확하게, 목적에 맞게 간결히 기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것은 나중에도 가능하므로, 먼저 틀을 완성하는 것이 좋더라.) 나는 근거를 고민하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편이었고, 첫번째 주장에 대한 근거를 장황하게 쓰다 다음 주장에 대한 근거를 어설프게 쓰는 방식으로 누가보아도 용두사미식 글쓰기를 주로 해대던 통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GRE Math 또한 그다지 할 말은 없다. 수학은 그나마 자신이 있는 분야였고, 실제로 문제를 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고 용어 정도만 가볍게 파악하면 되겠더라. 처음부터 괜찮은 점수를 받긴 했지만, 점수를 유지 혹은 약간 더 올리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더 했는데, Manhattan Prep에서 나온 5 Lb. Book of GRE Practice Problems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의 경우 Verbal은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Quant 문제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문제 양이 많아서, 감을 놓지 않기 위해 하루 한챕터 정도 풀어내기에 좋았다. 새 책을 구입할 경우 딸려오는 쿠폰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추가 자료가 제공되는데, 그 추가 자료도 족히 한달은 하루 한 챕터씩 응시하기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GRE의 기본 자료라고 한다면, 역시 Official Guide 일 것이다. Verbal, Quant 모두 반드시 Official Guide를 풀어보는 것을 권한다. 학원 수업을 듣거나, 인강을 듣거나 하여 수업을 따라가며 강사가 제공하는 자료를 잘 이용하는 게 좋다. 문제은행식의 시험이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이점을 잘 이용하는 것이 고득점을 노리기에 좋다.

 한달여간의 추가적인 공부를 한 후 보았던 3차 (횟수로는 4번째였지만) 시험. 시험장에서 점수를 확인한 순간, 솔직히 눈물이 찔끔 나왔다. 감독관에게 문의하여 곧바로 성적표를 보내기 위한 응시학교별 번호 리스트를 적은 쪽지를 들고 와서, 훌쩍이며 이미 그때부터 쓰기로 확정했던 4개의 학교에 성적표를 무료로 발송 신청을 마쳤다. 처음 1, 2차에서는 준비하지 않았던 쪽지인데, 3차 시험을 보기 전에는 뭔가 준비를 해야할 것 같더라니, 내 스스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을 결과가 있을 것이라 이미 마음 속으로 예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유학 준비를 하면서 여러가지의 고비와 좌절이 있지만, 이러한 소소한 성취가 결국 마지막까지 걸음을 내딛게 한 좋은 계기들이었다. 힘듦은 짧고 굵게 잊혀졌고, 오직 남은 것은 행복과 열정에 대한 추억이기에, 우리는 과거를 쉽게 회고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GRE(지랄이) 단어를 외우며 순식간에 외웠던 단어 하나를 소개한다. eGREgious 로 외우면 되는 단어인데, 단어의 뜻은 '악명 높은, 지독한' 에 가깝다. 정말....GRE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모쪼록 모두들 잘 타파하시길!

 

 

 

2020.08.27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강사님들의 성함을 밝히려고, 글을 수정한다. 강남 파고다 어학원에서 문원준 강사님, Bella 임 강사님께 각각 Verbal, Writing 수업을 들었다. 문원준 강사님은 여전히 모든 학생들을 위한 단어 톡방을 운영하실 정도로,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지금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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