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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Review/Ph.D abroad

[Ph.D abroad-01] 지원 이유 고민하기

by Eunbyeol_Eby 2020. 2. 19.

 2020 가을학기 지원기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지금에야 글을 쓴다. 1년차 유학생이 얼마나 정신없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약간의 증거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사 유학은 어학연수, 교환학생, 학부 유학 등등 다양한 유학의 종류와는 결이 약간 다르다. 다름을 유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비의 차이일 것이다. 학비 면제, 생활비 급여는 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박사 유학생들)이 오퍼와 함께 받는 조건이다. 적당한 미국 소도시들에서는 이 생활비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이다. (초기 정착 자금은 어느 정도 필요) 그런 면에서, 공부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조금 더 금전적인 부분에서 편하게 고민을 시작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이렇게 비용 부분에서 부담이 줄어든다면, 이제 효용 가치를 따져볼 차례이다. 과연, 외국에 나가서 박사를 하는 것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 내가 정말로 어떤 이유로 공부를 하고 싶은 거지? 공부를 마치고 나서의 계획은?(이 질문은 수도 없이 다시 되묻고 수도 없이 답 또한 바뀔 것이다-그렇지만 여전히 어느 때에든 중요한 질문이다.)

 가령, 첫번째 질문; 외국에 나가서 박사를 하는 것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 이 질문은 다양한 전공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확실한 표준 학술 언어로 자리잡은 영어, 그리고 영어권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영어에 노출되며 영어로 공부한다는 것은 계속 학계에 남아있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이점이다. 연구비 파이는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의 학생들은 여전히 20년쯤 전에 들여온 기계에 논문을 맡기는 상황이 부지기수인데, 그보다 훨씬 큰 규모의 연구비로 최신 기계를 들여 데이터를 뽑아내는 곳에서 실험을 하게 되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쉬워진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 노출되는 경험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정말로 어떤 이유로 공부를 계속 하고 싶은 건지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이 질문에, 내가 이 공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답이 어느 정도는 나올 준비가 된 사람들이, 힘든 유학생활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유학생활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박사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도 해당하는 질문과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고작 1년차지만 너무 버거워서 한국을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고, 그때마다 다시는 이 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그 생각을 항상 접어오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전공에 대한 짝사랑(언젠가는 보답을 받았으면 좋겠는데...)이 멈추지 않는 한 나는 계속 공부를 하고 싶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장기간의 공부-박사과정을 시작하는 것 또한 주저하지 않았다. 공부를 계속 하는 것에 이 목적 이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장단점이 생긴다. 두 목적이 유기적으로 보완해줄 수도 있지만, 가끔은 다른 목적이 공부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확고한 목적은 목적의 달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어떤 이유든 준비만 되어 있다면 당신을 공부를 하러 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마지막 질문은 공부를 마치고 나서의 계획이다. 사실 이 질문은 박사과정을 계획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이른 질문이 아닌가 쉽게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주 여러 가지의 플랜으로 잘 짜여져 있어야만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잘 버텨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는 일단 이 질문의 대한 답이 현재는 이 분야에서 성공적인 연구자로 정착하는 것이다. 목표는 학계에 남는 것이고, 2순위는 주요 연구기관이다. 정착 지역은 한국, 외국 상관 없이 나를 연구원으로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이다. 이 Plan A에 대응하여 Plan B, Plan C 등이 있는데 박사과정을 원하는 대로 마치지 못했을 때, 직업을 가지지 못했을 때, 박사과정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이 공부가 정말로 싫어졌을 때까지 대비하여 수도 없이 많은 플랜을 생각했다.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천성이 약간의 긍정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이 점에 대응해서이다.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마다 다양한 목적과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시작하는 유학. 그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니며, 그 어느 것도 단 하나의 성공적인 기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보면 너무나 자유롭고, 자유롭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고작 1년차,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계속 잘 하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겠는 1년차로서는 이정도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혹여나 더 늘어날 경험이 입장을 바꾸게 된다면, 업데이트를 하려 한다.

첫 문단을 12월에 쓰기 시작한 것 같은데, 마무리는 3월이 되어서야 마무리를 하다니...이것이 유학생의 일반적인 생활이면서 또한 게으른 나, 혹은 만족하지 못해 계속 글을 고치는 완벽주의적인 나를 반영하는 타임라인이 아닐까 싶다.

모두들, 원하는 바를 성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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