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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Review/21C Film Review

미나리 (Minari, 2020)

by Eunbyeol_Eby 2021. 3. 11.

끈질긴 생명력의 끈

미나리 (Minari, 2020)

 

 

My Rate : ★★★★★ (5.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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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7 A24 Virtual Screening Room

2021.03.06 Amazon Prime Rental

 

 2019년, 처음으로 장기간 외국에 머무르는 것을 예정하며 미국으로 왔다. 여행을 즐겼기 때문에 해외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큰 두려움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어드미션을 받아 행복하게 출국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아직 2년이 겨우 다 되어가는 수준이지만, 처음 1년은 정말 지금보다 몇 배의 고난한 시간이었다. 단순히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일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를 해결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다보면 밤에 잠도 제대로 못자기 일쑤였고, 그로 인해 나를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 상황을 버텨나가기 위한 나만의 몇가지 방식들이 필요했는데, 그중의 하나는 한국 컨텐츠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유튜브와 드라마들을 보며 향수를 달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사실 이 때 깨달았다. 나는 그 가장 힘든 시기에 고향을 돌아가는 날을 기원하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렇게 내 안의 채워지지 않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여기서 살아낼 힘을 찾고 있었고, 다행히 그 방법은 어느 정도는 먹혀서 나름 2년차의 생활을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다.

 2020년 2월, 기생충(Parasite, 2019)이 한국 교민 사회에 가져다준 가장 큰 충격 중 하나는,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 한국 영화가 전미에 노출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기생충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빈부의 차이가 가져다준 비극을 그린다. 빈부격차 같은 어느 정도 흔한 소재를 새로운 배경, 참신한 이야기의 구성으로 해석해내며 기생충의 돌풍은 이전에 있었던 소수의 한국 문화 마니아층에서나 있었던 소비의 규모를 벗어나 매우 큰 가치를 창출했다. 나는 이 영화 미나리(Minari, 2020)도 기생충(Parasite, 2019)과 비슷한 구조와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기생충과 같은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훨씬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 모두에게까지 감정적 공명을 이뤄낼 수 있는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깡촌 시골동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주와 비슷한 구조의 인구 밀도를 갖고 있는 주인데, 영화는 그 중에서도 농장 등이 있는 지역을 다루고 있어서 내가 살고 있는 대학 도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도시만 벗어나면 인구 1만, 2만도 되지 않은 작은 마을들과 그 마을 주변의 땅을 일구며 사는 그런 농경 지역이 많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을 내 경험과 연결해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영화는 캘리포니아에 먼저 정착했다가 농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아칸소 주로 이주한 한 가족의 삶을 그린다. 부부는 이미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지쳤다. 둘째 아이는 아프고, 첫째 아이는 아픈 동생과 바쁜 부모에 치여, 이미 성숙하게 동생을 돌본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가족이다.

 미국은 처음부터 '삶'을 위해 건너온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다. 처음 영국의 청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정착한 새로운 땅에서 시작해, 이들은 수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며 발전했다.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가능하고 그 것이 나라의 기반을 유지하는 것에도 도움을 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소위 말하는 한민족 국가인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은 것도 있다. 게다가 나는 그저 학생으로, 일시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겠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1세대부터 3-4세대를 거치며 정착한 이민자로써, 이미 미국 국적을 태어날 때부터 가진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뿌리를 여전히 갖고 이민자 n세대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부분이 나로써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거의 모든이의 출생 지역과 뿌리가 일치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쉽게 갖기 힘든 개념이고,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이민자들은 citizen이 되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되새기고 그 정체성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으로 보인다. 한국 전쟁 이후로 많은 한국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자리를 잡았고, 이들은 처음에는 사회에 동화되기 위해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지우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은 완전히 지워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어느 정도 자신의 뿌리를 찾고 기억하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는 듯하다.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정신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기초라는 생각이 든다. 수 년에 걸쳐 이 이민자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은 세대를 거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자신 또한 그리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정들었지만 힘든 삶을 살았던 고향을 벗어나 이 땅으로 이주해온다. 이, '땅'의 개념은 한국인에게는 더욱 공고하고, 특별한 소망이다. 요즘은 집으로 많이 치환되긴 했지만,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수많은 인구가 전쟁 이후 안정을 바라는 가장 큰 방식은 내 땅/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정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땅에서 성공을 일구어 내고 싶어하는 Jacob의 모습은 수많은 아버지상과 겹친다. 그리고 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절대 지워질 수 없는 낡은 관습적 태도로서 이 아버지들은 목적에 심취해,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영화에서 이 가족은 이 관습 때문에 큰 파도를 맞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점은, 그 파도는 결코 작은 것은 아니지만 담담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영화의 감정은 극단적으로 부정적이지도, 극단적으로 낙관적이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이 가족이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다. 영화가 이야기를 끝맺는 지점도, 충분히 열려있다. 누구나 이 가족의 미래를 다양한 방향으로 상상하게끔. 그것이 바로 이민자들의 삶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모든 역할이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 영화가 가장 주목받게 해준 두 인물인 손자와 할머니는 명실상부 사랑스럽다. 이 장면은 단순히 이민 세대로 한국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손자 세대와 할머니 세대여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를 보다 문득 떠오른 장면은, 내가 매우 어렸던 어느 나이에 외할머니댁에 와계셨던 증조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기억은 흐릿하지만, 단 하나 기억나는 것은 아프셨던 노할머니가 머물던 방에서 나는 온갖 약과 함께 뒤섞인 특이한 냄새다. 이민의 경험이 없어도, 이런 기억이 하나쯤 나같은 사람에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가져다 주는 보편적인 가치가 증명된다. 그 유명한 Grandma smell 대사를 들으며 그 낯설었던 경험이 떠올라 약간은 부끄러워졌다.

 영화의 마지막 사건 또한, 우리 가족이 겪었던 사건과 비슷했다. 실제로 아버지의 일터에 화재가 있었고, 영화 속 가족만큼은 아니지만 회복하는 시기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던 것은 사건 이후 겪었던 그 허망함과 다시 시작한다는 부담감, 그 외의 다양한 감정들을 어느 정도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할머니를 통해 보여지는 죄책감과 삶에 대한 허망함은 가슴을 송곳처럼 찌르는 감정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할머니가 집이 아닌 방향으로 걸음을 내딛을 때, 그 할머니를 이해하고 할머니를 막아서는 것은 다름 아닌 David이다. 이 가족 중에서 할머니와 가장 먼 듯했던 David가 그 순간 할머니를 가장 잘 이해한 인물이 됨으로써, 관계의 도돌이표를 읽어낼 수 있었고, 결국 가족을 잇는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는 여러 가지 것들을 통해 수미 상관의 구조를 보여주는데, 가족이 Trailer 집에 도착한 첫날밤 Jacob의 대사로 나왔던 온 가족이 거실에서 자볼까 했던 제안은, 모든 것이 처음으로 되돌아간 가족이 다 같이 거실에서 자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회귀한다. 이런 질긴 미나리 같은 삶의 이어짐이 이민자들이 굳건히 미국에서 버텨내도록 한 힘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어디서나 살아남아 잘 자라났기 때문에 이 영화의 상징이 된 미나리. 이민자들 그 자체가 미나리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것이라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미나리와 닮았던 인물은 개인적으로는 할머니가 아닐까 싶었다. 할머니는 이들 중 가장 한국적인 사람이고, 이방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선택해서 심은 작물인 미나리는 살아남아 모든 것을 잃은 가족에게도 다시 시작하는 삶을 주었다. 할머니 순자는 영어를 가장 못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 하나로 미국을 건너와 짧은 영어로 엉뚱하더라도 일단 대화를 이어가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만들었다. 죽음의 손길에서도, 불길에서도 살아남은 인물이다. 이 인물의 삶은 가족을 위하는 것에서 가족을 위하는 것으로 맺는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도 인상적이었고, 강렬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이민자들의 정착과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우리가 겪어온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까지도 다루는 점이 정말 좋았다. 결국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이방인으로써의 경험이 있다면 더 깊은 공감을 나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현재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미나리처럼 살아남아가는 우리들 유학생 모습을 투영시킬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또 다른 형태의 공감이 이어졌다. 나처럼, 다들 크고작은 형태로 영화에 공감하고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살아간다. 미나리 같은 삶이라고, 이제 이름이 붙은 것일 뿐,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것이다. 정말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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