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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Review/21C Film Review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2015)

by Eunbyeol_Eby 2021. 8. 6.

적나라함 없이 충격적인 실화를 좇다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2015)

 

 

My Rate : ★★★★☆ (4.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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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0 CGV 신촌아트레온

2016.11.27 CGV 신촌아트레온

2021.04.26 Google Play

 2016년 아카데미를 앞두고, CGV 아트하우스에서 진행하던 아카데미 기획전 덕분에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을 가톨릭계에서 오랜 세월 동안 숨기고 있던 신부들의 아동 성범죄 논란을 조명하여 수면 위로 끌어낸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고, 팀 이름이 'Spotlight' 였다. 영화는 이들이 그 사건에 조명하는 시점부터 그 사건이 첫 보도되는 그 시점까지의 팀의 발자취를 그려낸다. 기자들의 시점을 매우 적절히 따라가며, 실제로 내가 당사자들을 취재하는 느낌이 들 정도의 현실적인 대사들과 환경이 인터뷰 장면들에 그려진다.

 실화를 다루는 많은 영화들이 쉽게 하는 실수를 이 영화가 하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많은 경우, 실화에서 가장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장면들을 위주로 나열한다. 이런 장면은 주로 매우 자극적인 장면이 되어, 관객들의 호기심은 충족시킬지라도 매우 자극적인 영화가 되어 영화 자체의 평가는 떨어지기 일쑤다. 좋은 영화는 그런 강렬한 장면 없이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 공식을 가장 잘 받아들여 피해자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대사, 표정, 그리고 행동들을 통해 충분히 사건이 끔찍했음을 은유한다. 아동 성범죄 사건이었던 만큼 아역 배우에게 촬영이 고통스럽고 또 다른 사건을 낳을 수 있음을 생각해보면 이런 영화적 처리는 다른 많은 영화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밝히자면, 나는 종교를 가지지 않고 있고, 그에 나아가 신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종교 나름의 효과가 세계에 약간은, 아주 약간은 확실히 좋은 방향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종교는 많은 사람들을 종교가 선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많은 경우의 평범한 신자들에게 종교는 그들의 삶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되어 바른 삶을 살도록 만드는 것도 같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너무 많다는 점이다. 수많은 목사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신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이들은 신자들의 믿음을 이용해 비난에서조차 보호받는다. 이 때문에 종교에 대해 중도적인 입장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많은 경우 나 스스로 부정적인 입장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고 느낀다.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약간은 있지 않을까? 영화는, 그 희망을 기자들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의 기자들 또한, 가톨릭 신도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믿었던 종교계의 부정을 폭로하는 기사를 써야만 했다. 이들의 혼란스러움은 충분히 영화에서 나타난다. 가족들이, 그리고 자신들이 다니던 성당의 신부들조차 연관된 기사를 쓰면서 고민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이 면모들은, 결국 이들이 기사를 써냄으로써 인간이 그래도 도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 세상에 여전히 나쁜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을 밝혀내 세상의 비위를 고쳐내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그러므로 인간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마음이 아플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을 다루는 영화임에도 영화를 세 번에 걸쳐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가 결국은 집념과 정화 능력에 관한 영화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비록 지금 어두울지라도, 어떤 순간을 계기로 다시 밝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심는 영화이다. 요즘 한국의 언론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능력인, 언론의 순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배경인 때보다 세상이 정말 나아졌을까? 그저 그러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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