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대중, 누구를 위한 것인가?
셜록 : 유령신부 (Sherlock: The Abominable Bride, 2016)
My Rate : ★★★** (3.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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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2 MEGABOX 신촌
한동안 영국 드라마에 빠져 지낸 적이 있다. 닥터 후로 입문하여,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배우 범위로 인하야 배우를 향한 덕심을 열심히 가지쳐서 영드에 빠져 살았다. 영드의 세계는 조금 독특한데, 트렌디한 각본을 다수의 작가진이 만들어 내는 형태가 주를 이루는 미국과 달리 영국은 몇몇 스타 작가가 존재하고 그 스타작가가 뼈대를 만든다. 닥터 후의 최근 몇몇 시즌을 이끈 작가 스티브 모펫이 셜록 홈즈를 현대화한 극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셜록 홈즈 덕후이자 떡밥의 제왕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는 불보듯 뻔했다. 대중적인 고전인 셜록 홈즈 원작이 또 다시 탈바꿈 하여 우리와 동시대를 살 것만 같은 소시오패스 탐정 하나를 재창조해낸 것이다.
셜록 홈즈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 스티브 모펫 특유의 각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 '셜록' 시리즈가 무수히 뿌리고 다닌 여러 떡밥들을 기억할 것이다. 모펫은 닥터 후에서도 그랬지만 떡밥을 너무 많이 뿌리고 다닌 나머지 몇몇은 회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보통 거기에서 작가에 대한 비난이 시작되는 편이다. 모펫은 이 새로운 드라마에서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다보니 회수하지 못한, 혹은 설명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었다. 특별 에피소드로 제작된 이 작품은 3시즌을 마치고 4시즌이 시작되기 전, 단순히 팬서비스용 특별편이 아니라 풀어야 하는 이야기들을 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특별편이 영화관에서 중요한 정보 없이 상영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셜록'의 독립적인 영화판도 아닌, 그저 기존의 시리즈에 연결되어 만들어진 팬서비스용 특별편이 영화관에 선행 정보 없이 올라왔다. 영국 드라마 '셜록'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주드 로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새로운 영화가 영국에서 만들어졌으려니, 정도 생각하고 영화관을 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갔다. 한국에서 이 영화의 홍보가 드라마와의 연계성을 전혀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 우연한 기회로 PR에 관련한 수업을 청강하게 되었다. 사실 수업 얘기까지 돌아가지 않아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일 터다.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 홍보하고자 하는 상품을 어떻게 홍보해야하는지는 마케팅하고자 하는 대상 대중에 따라 달라진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실제로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선행 정보를 이미 알고 있던 팬들과 영화관에서 처음 접한 대중들이 느낀 영화가 보여주는 친절도는 상상 이상의 차이였을 것이다. 실제로 나와 함께 영화를 보러갔던 친구는 최근의 시즌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보았기 때문에 그 친구마저 영화를 낯설게 보았다. 당시 영화에 대한 평가가 갈리며 여러 기사들이 나왔는데 한 기사에서는 영화를 배급한 업체의 변명을 실었다. 이미 드라마가 너무 유명했기 때문에, 따로 드라마에 대한 소개를 광고/홍보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너무도 단순한 생각으로 홍보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알기 때문에 모두가 알 것이라는, 대중에 대한 이해 없이 홍보를 시도하였거나, 비전문가의 눈으로 오히려 팬들 이외의 사람들까지 포집하여 영화관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얄팍한 시도였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배급 전 영화에 대해서 미리 알고 보았다면 절대 이 형식의 마케팅은 고집되어선 안되었다. 오히려 얼떨결에 유명 소설 원작의 작품이랍시고 보러 갔다가 너무도 불친절한 영화에 실망한 사람들의 부정적 리뷰가 예상되었어야 했다. 실패한 홍보 전략이었다.
어떤 영화든, 우리는 영화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을 갖고 영화관에 들어간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아무리 공부하고 들어가도, 한번에 완벽하게 이해하여 보기는 힘들다. 영화가 평소 즐겨보던 장르가 아니라고 해서 항상 맘에 들지 않지 않고, 평소 즐겨보던 장르의 영화더라도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일 수도 있다. 영화관으로 향하는 관객들 대부분 자신들의 티켓 가격에 그 기대감과 불안감을 모두 투영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선행 드라마를 반드시 보아야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다, 라는 정보를 접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 드라마 요약 줄거리라도 읽었을 것이고, 셜록이 왜 저 환상에서 헤매는지 힌트 정도라도 얻었을 것이다. 영화 자체의 불친절도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영화가 많은 부정적 리뷰를 달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드라마 팬인 나조차 안타깝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만든 홍보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 이후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도 줄어들었다. 주연 배우들의 잇다른 스캔들과, 더 불친절하면서 명쾌하지도 않은 내용이 아쉬워져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한때 즐겨보았던 이야기라,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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